극작가 이여진의 희곡집이다. 이여진은 시간의 예술로 삶을 조망하는 작가로, 우리가 죽음 앞에 서면 치열했던 삶의 매순간은 어떻게 보일까를 고민한다. 이 책에 실린 〈소녀-프랑켄슈타인〉에서 인조인간은 고통을 통해 프로그램을 초월하고, 〈평행우주 없이 사는 법〉과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에서 차연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치열하게 삶에 대면한다. 〈토일릿 피플〉에는 살기 위해 수많은 경계를 넘는 탈북 청년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살인자의 수트 케이스〉에는 피 흘리며 온몸으로 삶과 대결하는 인간 혹은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기계에 대한 사랑, 또는 진실을 외면한 채 겉늙어 버린 사람의 마음속에도 여전히 여리디 여린 꿈이 도사리고 있음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