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잠시 시인 척 할 뿐 ≪아주 사적인 시≫는 박세현의 14번째 시집이다. 259편의 시가 아홉 개의 파트로 분절되었고, 앞에는 긴 작가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자기 시의 동어반복적 지속 그리고 자기 시를 표절하는 방식은 이번 시집에도 시전되는 박세현 특유의 필기 방법이다. 시는 읽는 장르가 아니라 쓰는 장르라는 자기 입증에 충실하면서, 시인은 짐짓 시란 무엇인가를 캐묻지만 그건 단지 언어라는 픽션을 겨냥한 헛시늉이다. 시는 잠시 시인 척 할 뿐이라는 언어관을 횡단하는 시쓰기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시집의 납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