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 고증학’이란 무엇이며, 유학 특유의 경세 의지 대신 고대 경전의 세계를 복원하려고 했던 청대 학자들의 시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주자학과 청대 학술을 중심으로 중국 사상사를 연구한 학자 기노시타 데쓰야(木下?矢)의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 건륭·가경 연간을 중심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학자 개인의 역정에 주목하여 청대 고증학의 단면들을 살펴본다. 즉 문자-음운이라는 측면에서 고증학자들이 얻어낸 결실을 살펴보고, 이전 학문의 계승과 인적 네트워크, 개별 학자의 자유로운 사고라는 요소가 어떻게 작용하여 이런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인지 섬세하게 풀어 나간다. 학문의 경향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사건들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고, 학문의 주체가 개인이라면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당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는 지식인들의 내면이 어떠했는지, 또 어떤 심적 변화를 통해 경세 의지를 펼칠 현실 공간을 대신해서 경서 연구라는 또 다른 세계로 침잠해 갔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