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후를 묻는다는 것은 인간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소멸한 이후에도 존재할 세계이자 인간 이전에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사유를 의미한다. 〈인간 이후의 철학〉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버려지고 흔적으로서 남겨졌던 사물들이 지구 규모의 사물로 인간 세계에 침입하기 시작한 시대에 인간을 일부로 삼는 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감각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러기 위해 현대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개념과 사유를 가져오고 건축, 사진, 연극 등 예술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면서 세계에 대한 감각을 끌어내고 인간 중심적인 근대적 세계 설정을 넘어 인간의 조건을 새롭게 사유하기 위한 철학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