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에서 그대는 생명을 찾고 있네, 그대의 마음이 명령하며 뛰고 있고 그대는 이를 따르네. 그리하여 그대는 바닥없는 에트나에 몸을 던지네. 생의 절반을 정신착란의 질곡 아래 살았던 비운의 천재 횔덜린 시대를 앞서가고 현실과 화해하지 못했던 그가 엠페도클레스의 입을 빌려 남긴 변화와 쇄신의 절규 당대에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반평생을 정신분열증으로 불우한 삶을 살았으나 20세기 초 후기 시들이 발굴되고 재평가되면서 현대적 시인으로 부활한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lderlin, 1770~1843)의 희곡과 논고를 엮은 『엠페도클레스의 죽음-한 편의 비극Der Tod des Empedokles』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횔덜린은 지난 반세기 동안 독일 시인들 중 가장 많이 번역 소개된 시인이다. 희곡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은 미완의 작품이지만, 횔덜린의 성숙한 후기 문학으로의 진전을 보여주기에 독일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의 후기 작품들은 독일 이상주의 철학과 낭만주의 문학에 크게 기여했고, 20세기와 21세기의 사상가와 시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세 개의 초고로 남은 비극 「엠페도클레스의 죽음」과 이에 대한 이론적 숙고를 담은 논고들은 횔덜린이 독일어로 시를 쓴 가장 뛰어난 시인들 가운데 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가장 위대한 사상가의 한 사람임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