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을 도피하려는 일련의 시도들이, 결국에는 벽에 부딪혀 허사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려낸 소설집이다. 몽파르나스와 생미셸을 중심으로 한 사르트르의 자전적 체험이 그의 특유한 아이러니와 더불어 짙게 채색되어 있다. 「NRE」지와 「므쥐르」지에 발표한 단편 '벽'(1937), '방'(1938), '내밀'(1938) 에, 두 편의 미발표작 '에로스트라트'와 '어느 지도자의 유년 시절'을 추가하여 1939년에 출간되었다. 첫머리를 장식하는 '벽'은 사르트르의 첫번째 정치적 저술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통하여 살인-자살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직접적으로는 스페인 내란 때 결성된 '국제여단'과 관계된다. '방'과 '내밀'은 폐쇄적인 프티 부르주아의 일상적인 삶에서 일어나는 개인적인 비극들을 보여준다. 신문의 3면 기사에나 나올 것 같은 일화들을 통해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광기와 관계를 그렸다. '에로스트라트'에 등장하는 평범한 회사원 폴 일베르는 고대의 에로스트라트 또는 헤로스트라투스를 본받아, 반(反)인본주의적인 행위로 자신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려고 한다. '어느 지도자의 유년 시절'의 뤼시앵은 그의 독립에 대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를 위해 정해놓은 역할을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