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모더니스트 장욱진, 한국적인 것이 독창적인 게 아니라 독창적인 것이 한국적이다. 형식주의 방법론으로 다시 쓰는 한국근현대미술사 정영목 서울대 명예교수가 미술사가이자 평론가로서 그간 발표해 온 화가 장욱진에 관한 글들을 모아 그림들과 함께 엮었다. 장욱진은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과 함께 한국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장욱진의 작고 예쁜 그림들은 그가 신화 속 인물이 되어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그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에 대한 일화와 소문이 비범해질수록 장욱진을 오히려 그 틀에 가두는 게 아닐까? 그동안 장욱진에 관한 평론은 그의 기이한 삶과 불교적이고 도가적인 사상을 중심으로 한 작가론에 치우쳤다. 하지만 저자는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고 그림은 형식으로 표현된다”는 견지에서 장욱진을 한국적 모더니스트로 규정하며, 한국근현대미술사 기술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저자는 장욱진이 60여 년 화업을 꿰뚫어 몇 가지 소재를 작은 화폭에 반복적으로 표현했던 사실을 경이의 눈으로 들여다보라고 권유한다. 그리고 장욱진의 그림세계를 무한히 크고, 반복이 아닌 반복으로서 해석해 낸다. 장욱진은 주관의 조형의식이 모더니스트의 기본자질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적 정체성은 단순히 재료나 소재의 향토성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독특한 조형 형식에 달려 있음을 일찍이 간파했다. 저자는 장욱진의 《카탈로그 레조네》를 작성한 미술사학자의 눈으로, 그가 남긴 단순한 형식에서 결코 단순하지 않은 예술가의 진정성을 읽어낸다. 삶과 작품 전체를 가로지르는 조형적인 맥락의 진정성은 그의 작은 그림 위에 큰 세계를 펼쳐놓는다. 《단순한 그림, 단순한 사람 장욱진》은 1백여 점의 그림들과 함께 독자들을 바로 이 세계로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