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이동성은 누군가의 부동성에서 나온다 기차역과 공항, 경유공간에 대한 본격 연구서 기차역과 공항 등 경유 공간에서의 이동 통제와 정체성 형성이라는 최근 사회과학 분야에서 주목 받는 키워드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이 키워드들을 하나로 잇는 관점은 역시 ‘불평등’이다. 기차역과 공항은 누군가에게는 익명의 자유를 선사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익명의 불평등을 의미한다. 이 책의 제목은 이 양 극단 사이에 그어진 눈에 보이지 않는 ‘선line’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 모빌리티 개념과 정책, 실천을 원인/속도/리듬/경로/경험/마찰의 6가지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고민한다. 이 고민의 산물이 이른바 ‘모빌리티 엘리트’ 계급에 대한 관찰이다. 왜 누군가는 기차역에서 무사통과하고, 공항에서 따로 줄을 서지 않는가? 이들의 매끄럽고 신속한 이동은 이를 돕는 다른 누군가의 ‘비’이동 혹은 부동성 덕분이다. 영국의 인문지리학자인 저자는 사회 전체에 모빌리티 계층이 존재하며, 이 구조의 최상층부에는 상대적으로 자주 쉽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모빌리티 엘리트가, 하단부에는 자유로운 이동이 억제되거나 강제로 이동해야 하는 모빌리티 하위계층이 있다고 말한다. 불평등 문제 이전에 이 책은 모빌리티가 무엇인지, 그 의미를 이해할 개념적 도구부터 제공한다. 공간과 장소, 움직임과 모빌리티의 차이를 설명하고, 물리적 차원의 움직임과 모빌리티의 개인적·사회적 의미, 여기에 내재하는 정신적 경험을 구별해 낸다. 어디에서? 현대 모빌리티에 내재하는 모순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 주는 장소인 공항에서. 그래서 모빌리티 개념화에서 시작한 책은 이 모빌리티를 멈추게 하는 불평등 문제에 이르고, 기술적으로는 시스템 장애 혹은 ‘난기류’에 도달한다. 공항과 역의 이동과 멈춤을 담은 독특한 컬러사진과 함께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친 모빌리티 개념과 정책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통찰을 제공한다. 책의 마지막 장은 주저자인 팀 크레스웰과 프랑스국영철도 사회참여 책임자인 미카엘 르마르샹의 원격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