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그렇다. 앞으로도 언제까지가 될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당분간 나는 그간 내가 제시한 '몸'의 세계 속에서 나의 언어공작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 속에 있다. 아니, 김훈의 말대로 질퍽거리게 될 것이다. 잘하면 응달 속 남아 있는 햇살 두어 가닥쯤 만나 젖은 몸을 겨우겨우 말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초월을 지향하지만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다. 카프카가 그랬던가. 내 말뚝에 매어 있는 두개의 사슬 가운데 하나는 적극적으로 천상天上을 지향하지만 또 하나의 사슬은 역시 적극적으로 지상地上을 지향하고 있다.
《향깃한 차가움》은 정진규 시인의 두 번째이자 11년만의 산문집이다. 1960년 등단 이래 50여 년 동안 ‘몸詩’라는 독자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오며 16권의 시집을 엮어냈던 시인이 시와 삶의 체험들을 “짧은 시화”로 추려내고, 앞머리에 시인이 육필로 써서 간수해 두었던 18편의 육필시를 붙여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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