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를 소재로 공포소설, 고딕소설, 추리소설 장르의 대가들이 풀어놓는 신기하고 기발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나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나’는 존재하는가? 도플갱어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나와 똑같은 존재를 찾는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도플갱어는 신화와 소설에서 죽음이나 불운을 몰고 오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러나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다양한 의미가 부여된다. 본 작품집에 소개된 작가들의 이야기 각각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도플갱어를 새롭게 해석하고 독자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나의 분신은 내게 복을 가져다줄까? 내게 해를 끼칠까? 나는 그 존재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까? 또는 내가 그 존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흥미진진한 도플갱어는 꿈에서처럼 수시로 그 모습을 변화하며 내게 다가온다. 죽음이나 불운을 몰고 오는 사악한 악령으로서의 도플갱어는 개스켈의 〈클라라 수녀 막달렌〉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언어의 매개를 통하지 않고 보기만 해도 교감이 이루어지는 신비한 분신은 〈비밀 동반자〉에서 불안하면서도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나와 적대적인 관계를 맺으면서도 나를 사랑하는 듯한 양면성을 지닌 제2의 자아는 〈윌리엄 윌슨〉에서 나와 함께 죽음을 맞는다. 〈마크하임〉에서는 나의 구원의 천사인지 악령인지 알 수 없는 신비한 존재가 내 인생 전체에 걸친 갈등과 고뇌의 의미를 깨닫게 도와준다. 〈빨간 머리 연맹〉에서는 나와 대적할 수 있는 나의 라이벌, 나의 적수가 권태에서 나를 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