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쇼핑하듯 책을 사고 곁에 쌓아두는 것만으로 읽지 않음의 불안함에서 잠시 벗어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지적 허세와 지적인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생각 없는 독서는 헛배만 불립니다. 이런 포만감은 위장된 자기기만이기도 하죠. 남의 글을 읽더라도 결국은 자기 머리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은 다독에 대한 신념을 향해 정면충돌합니다. 성실히 책을 읽어온 존재의 노력이 어째서 응축되지 못하고 산허리에 걸린 안개처럼 흩어지고 마는지 그 이유와 대안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살다 보면 삶은 느닷없는 공포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기우뚱한 삶을 붙들고 버티는 데 급급하다 보면 ‘존재 이유’를 묻는 고민은 봉쇄되고 자기 언어는 사라져버립니다. 불안이 깊을수록 진실보다 눈앞의 방편이 되어줄 책을 다급히 찾습니다. 이 마음을 파고들어 다독을 주장하는 책들이 매년 서점가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양적 독서가 삶의 질적 수준을 결정한다는 피상적인 주장입니다. 다독을 강권하는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읽기’ 본래 목적을 정면으로 겨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책을 다시 생각하고자 합니다. ‘얼마나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경쟁의 압박에서 벗어나 ‘추상에서 구체로!’ 삶을 바꾸는 독서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특히 이 책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쓰기’입니다. 저자는 독자의 관심밖에 있던 ‘쓰기’를 읽기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옵니다. ‘읽고 쓰기’가 아닙니다. 목적 있는 쓰기를 위해 필요한 읽기, 즉 ‘쓰기 위한 읽기’가 이 책의 핵심입니다. 회피하고 싶던 내 삶의 문제를 드러내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쓰기’가 필요하고, 그 표출된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읽기’가 필요합니다. 읽기와 쓰기는 삶의 점진적인 변화 성장을 가능케 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당신은 수십, 수백 권의 책 속에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을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