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은 프로문학의 퇴조와 모더니즘의 피로감으로 물들기 시작한 1930년대 후반의 대표적 시인이다. [성벽/헌사(원본비평연구)]은 오장환의 시에 대한 독자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 그의 시를 향유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 책이다. 시집 『성벽』과 『헌사』에는 봉건적 세계에 대한 부정과 근대에 대한 환멸의 자의식이 표현되어 있다. 유랑과 귀환의 서사를 통해서 오장환은 도회적 정조에 깊이 침윤된 모던 보이들의 후예이기를 거부하면서, 오직 미적 주체로서의 자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성벽』과 『헌사』는 1930년대 후반의 미학적 인식이 도달한 임계점을 보여주는 주요한 지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