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햇살에 드러난 삶도 달빛에 젖는 삶도, 삶은 아주 팍팍한 모래밭인데, 신달자 시인에게서는 그럴수록 밀도 높은 시의 순간이 허공에 한 장 그림이 걸리듯 문득 치솟아 오르곤 한다. 신달자 시인은 어느 길목에서나 그 시를 만난다. 가구들의 살이 흐를 때 오래 고뇌했던 한 육체의 살도 흐르는데, 미뤄 둔 빨랫감이, 돌리다 만 청소기가, 분리수거를 기다리는 낡은 상자들이 푸른빛의 기운을 띤다는 것은 얼마나 신기한가.
2011년 『종이』 이후 3년 만의 신작 시집 『살 흐르다』. 1964년 등단 이후 50년 동안 쉼 없이 시를 써 온 신달자 시인의 열세 번째 시집이다. 갓 스물에 등단한 시인은 어느덧 일흔을 넘겼다. 『살 흐르다』에 실린 70편의 시들은, 고립의 새벽, 어둠이 빛을 깊이 끌어안고 하나가 되어 흐르는 시간에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