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시선에 든 대상이라면 성배순 시인은 어떤 것이든 쉽게 시로 포획한다. 시인은 주로 자신과 주변을 둘러싼 물상들에 마음을 풀어놓지만, 우리들 자신이 몸으로 사는 세계의 풍속이므로, 그녀의 포획물들은 대개 현실의 부조로서 풍자가 만발한 세태의 언술 속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이 찌릿찌릿한 통증의 정체는 무엇일까? 족적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 각인은 언제 어디서 찍힌 각성들인가? (「족저 근막염」) 저를 잃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은 “방안 가득 낯선 얼굴들이 낯선 얼굴들을 바라”(「아바타」)보는 상황으로 표현되거나, 먹은 것들을 금방 잊고 또 수없이 먹어도 허기져 “하, 멈출 줄 모르는 식욕으로” “자신의 그림자까지 먹어 치우는”(「유령거미」) 치매의 형상으로 변전 된다.
성배순의 시집『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 첫 시집『어미의 붉은 꽃잎을 찢고』에서 여성, 모성, 동심 등의 주제가 선보였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여성의 문제는 모성의 문제와, 모성의 문제는 동심의 문제와, 동심의 문제는 순수의 문제와 상호 뒤얽힘이 더 심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