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 식구 중에 누가 그렇게 말하면 남자는 뭐 먹고 싶냐고부터 물었다. 학교와 일터에서 풀 죽고 들어온 처자식을 북돋우기 위해 식탁에 앉혔다. “무조건 두세 숟가락만 먹어봐. 보고, 냄새 맡고, 꼭꼭 씹어 먹는 동안 짜증 나거나 못나게 굴었던 마음이 물렁물렁해진다니까. 그러니 일단 따뜻할 때 먹어.” 스물아홉 살부터 콩나물, 두부, 새우, 오징어, 삼겹살, 소고기, 상추, 가지, 호박, 배추, 무 같은 평범함 식재료로 밥상을 차려온 남자의 평범하지만 따뜻한 레시피 이야기. 화려한 요리 스킬과 주방도구 뽐내기가 아닌, 투박한 아저씨 밥상으로 진정 가족 간의 사랑과 의리, 그리고 존중을 음식으로 표현하는 남자. 그 식탁에 마주 앉아 식구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부부는 더욱 끈끈해지며, 아이들은 단단하고 유쾌하게 자란다. 바쁘고 불안한 시대, 밀키트·배달·외식 등으로 집밥의 의미가 빠르게 퇴색하는 이 시대에 함께 먹는 집밥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며 가족 사랑을 이어나가는 남자의 사랑 레시피이자 힐링 테라피를 맛깔나는 음식 그림과 함께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