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천대 받던 제주는 분명 수난의 땅이었고, 그 역사는 비운의 역사였다. 왜적의 침입이 끊이지 않았고 한 세기동안 몽고의 지배를 받았으며 정치범들의 마지막 유배지였다. 탐관오리들의 수탈과 학정이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우상과 성적 타락이 극심한 곳이 었다. 확실히 제주는 침략과 수탈과 학정이 그치지 않았던 수난의 땅이었다. 하지만 영적으로 제주는 서양문화 접촉의 길목이었고, 희망의 땅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는 다른 한편으로 희망과 행동의 역사였다. 왜적의 침입과 몽고의 지배, 탐관오리들의 학정 앞에 제주민들은 정의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올랐다. 고대부터 민족애와 정의감과 의협심이 남달랐던 탐라인들은 온 몸으로 불의에 맞섰다. 삼별초 항쟁, 몽고항쟁, 이재수 난, 4ㆍ3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토록 민족애와 정의감에 불타올랐던 우리 민족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돌이켜 볼 때 그 지나온 탐라의 역사는 복음을 위한 하나의 준비 과정이었다. 100년 전 이기풍 선교사를 통해 그곳에 복음의 씨앗이 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놀라운 하나님의 복음은 당시 한국에 와 있던 선교사들을 통해서가 아닌 가난하고 볼품없는 한국교회를 도구로 사용하셔서 전달하셨다. 1907년 독노회, 1912년 총회, 전남노회와 전북노회, 황해노회, 순천노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장로교에 의해 시작된 제주기독교는 한국전쟁 후 감리교, 성결교가 동참하고, 1960년대 이후에는 침례교, 순복음, 그리스도교 교단이 동참하는 풍요로운 선교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0년의 제주기독교 역사는 한국기독교회사의 모판이었다. 본서는 제주선교 100주년을 맞아 지난 100년간의 제주기독교를 역사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제주선교의 자취가 그대로 담겨 있는 독노회록, 총회록, 조선야소교장로회 사기, 조선예수교장로회 사기 하, 전라노회와 전북노회록, 황해노회록, 제주동지방회(정의)회록, 제주노회록, 개교회 당회록과 제직회록은 본서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