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보기 힘든데, 희한하게 까만 정장을 입은 안티오크와 그가 든 등불 빛만은 선명했다.타라는 극도의 긴장과 불안에 휩싸인 채 거대한 석문 안으로 안내되었다. 꾸러미를 쥔 손바닥 가득 땀이 찼다. 그리고 드디어 ‘그’를 보게 되었다. “주인님. 공주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남자는 천천히 뒤돌아서서 타라를 응시했다. 순간적으로 뒤에서 닫히는 문소리도 못 들을 만큼 타라는 경직되었다. 진부한 묘사조차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녀는 홀린 듯 자신을 유심히 뜯어보는 은청색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눈이었다. 서리 핀 얼음 구슬 같은 눈빛, 고상한 콧날, 냉혹해 보이는 입술, 안개 빛깔 긴 머리카락과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는 손가락에 이르기까지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가 허리를 숙이자 검은 벨벳 망토가 살아 있는 것처럼 흔들렸다. “‘이게’ 그 여자의 딸이라고?” -본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