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구름이자 물고기이며 서랍이거나 저수지이고 어둠 속에서 스스로 책장을 여는 글자 없는 책이다. 느닷없이 태어나 죽고 갑자기 벌컥 열리거나 닫히며 시도 때도 없이 등 뒤에서 범람하며 펄럭인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감전 당한 듯 혹은 모욕을 당하거나 크게 낭패를 본 듯 흔들린다. 휘청거린다. 날마다 몸을 바꾸어서 내게 달려드는 저 언어들에게 나는 왜 순응하거나 회피하거나 무덤덤하게 살지 못하는 것일까.
현실세계 너머의 언어, 언어 바깥의 언어, 혹은 언어를 버린 이후 세계를 갈망하는 시인의 불운한 숙명을 드러내는 김형술 시인의 시집 [타르초, 타르초]. 이번 시집은 2011년 『무기와 악기』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으로 「구름 쪽으로」 외 52편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