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 위에 잔잔히 빛나던 두더지의 세계가 상큼한 여름을 맞이했다. 기분을 시원하게 끌어올리는 휴가철을 맞아 두더지도 여름휴가를 떠난다. 그 길목에서 만난 새 친구가 바로 이번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거북이다. 귀여운 오해 덕분에 함께 바다로 향한 두더지와 거북이는 동고동락하며 잊지 못할 여름날을 보낸다. 녹음 짙은 숲에서부터 청량한 바다에 이르기까지 여름의 장면들이 반짝이는 가운데 막 피어나는 우정이 사랑스럽게 담긴 그림책이다. 여름 여행담답게 깨알 같은 캐릭터들이 붐비는 경쾌한 무대로 꾸려진다. 돌고 도는 길목마다 특별 출연하는 친구들의 에피소드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기에는 휴가객들의 생기뿐만 아니라 미처 떠나지 못한 이들을 향한 위로의 눈길도 곁들여졌다. 두더지와 거북이의 여행길은 오밀조밀 연출된 프레임을 지나 탁 트인 공간으로 흘러 다채롭게 완성된다.